필자는 거주자가 천명이 되지 않는 조그만 시골의 소도시 마저도 광장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유럽과 , 천만 인구가 모여 사는 거대 도시에 겨우 하나의 광장 만을 가진 서울의 차이점을 말해보려 한다. 그것도 단지 광장이라는 하나의 단편적인 요소가 아니라, 이 차이점 아래에 숨어있는 서로의 도시를 구성하는 관점에까지 의미를 넓혀서 말이다.
위에서 말했듯 광장은 도시의 한 구성요소이자, 그 구성의 과정에서 발생한 하나의 산물이란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말은 즉 어떤 문화권에는 광장이 그 도시의 구성 속성상 필요했고, 또 어떤 문화권에서는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단서는 유럽인은 왜 광장을 필요로 했고, 한국인은 왜 광장에 대한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지 살펴봄으로써 많은 부분 이해될 수 있다. . 광장이라는 하나의 산물에 대한 '결과론적' 관찰이 아니라, 도시를 만들어왔던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역사적, 문화적 코드가 얽혀있는 곳이 바로 지금 이야기하는 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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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럽에서 광장의 태생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서 필자가 찾아볼 수 있었던 모든 자료들은 필히 그리스, 로마시대에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되었던 고대 광장의 예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광장의 기원이나 당시 광장이 무슨 기능을 했는지 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말 재미있는 것은 필자가 참고한 몇 권의 참고자료에서 확인한 바로도 어떠한 경우라도 광장은 개인이 만든 적이 없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광장이라는 존재는 왕권이건 독재자건 혹은 종교의 이름이건, 개개인의 영역 위에 있는 '권력자'가 만들어놓은 산물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그것도 특히 역사라는 것은 절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은 민주와 대화의 장소로 인식되는 광장은, 바로 권력이 그 자신의 필요에 의해 건설한 장소라는 것이 바로 이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역사상 가장 짦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광장을 만든 이가 바로 히틀러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지 않은가.
신권의 존엄성을 좀더 과장하기 위해 당대의 모든 기술과 예술을 동원해 가장 높고 아름답게 만들어낸 고딕교회. 그 높은 건물을 대중들이 충분하게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 교회 앞은 아무것도 지어지지 않은 빈 공간이 필요했고, 그것은 오늘날 광장이란 이름으로 남았다.
숭고한 교황을 수많은 일반 신도가 알현하기 위해 필요했던 곳은 성베드로 성당이고, 나폴레옹의 전쟁 승리를 맞이하느라 대규모 군중동원을 위해 필요했던 큰 공간은 오늘날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인다는 콩코드 광장이 되었으며, 남북대치시절 적국에게 자신의 군사력을 과장해서 전시하기 위해 독재의 명령으로 건립된 곳은 오늘날 여의도 광장이리고 불린다. 왜 천 명이 되지않는 유럽의 조그만 도시에마저도 근사한 광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몇세기 전 교회의 힘이 이 조그만 도시 마저도 강력하게 지배력을 가졌다는 역사적 맥락에서 설명된다.
전쟁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우둔한 민중을 불러내 선동하기 위해, 교회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건립된 대규모 광장에서, 왕의 참수가 일어나고 민중봉기가 일어나고 독재자의 동상이 무너지고 성경은 내동댕이 쳐지게 되는 것이 바로 역사의 진짜 아이러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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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의미가 바뀌어 버린, 그러나 전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 광장의 기원에 대해 말하면서, 그래서 사실은 광장은 '공공의 장소'가 아니거나 그 의미가 불순한 것이므로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공공장소라는 것은 왕권이든 신권이든 독재자의 권력이든, 개인의 힘이 아니라 그 위에 있는 무엇인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광장이 한 도시에 어떤 식으로 첨가되었는가에 대한 주제를 좀더 심도깊게 이해하기 위해, 필자는 흥미로운 여행을 제안한다. 수박 겉핡기 격이지만 세계의 각 도시들은 같은 높이에서 쳐다보면, 놀라울 정도로 도시적 구성방법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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