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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이 말을 듣고 그냥 웃어넘겼지만, 지금은 그냥 웃고 지나갈 말이 아님을 안다. 그만큼 한곳에 살면서 생기게 되는 생활의 애환과 '인습의 반복'은, 그 장소 본연에 대한 관찰과 지속적인 자문을 방해한다는 말이다. 역설적으로 떠돌이가 되지 않고서는, 신선한 구경을 하기가 어렵다 라는 공식도 성립할 것 같다. 그 주제가 더군다나 수많은 생활과 인습이 얽혀있는 하나의 '도시'라면 말이다.
그러나 또 다른 경우도 있다. 평생살던 한 도시를 수 년간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온 바로 그 순간에는 어떤 작용이 일어날까?
필자는 필자가 자란 서울 땅을 정확히 수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에야 다시 밟을 수 있었다. 떠날 때는 '김포공항에서'였는데, 돌아올 때는 '영종도로' 라는 것이 이 오랜 친구와 낯선 해우의 시작이었다. 몇 주 동안의 짦은 여행..., 그러나 그 여행은 전혀 새로운 땅으로의 여행이 아니라, 내가 자라고 내가 살던 바로 그 땅으로의 여행이었다.
공항에서 서울로 이르는 고속도로를 통해, 다시 88 대로를 통해 서울을 관통하며 서울이 얼마나 빨리 변화하는 도시인지 세삼 감탄?한다. 떠날 때는 보지 못했던 화려한 신공항, 외각순환도로, 그사이 새로 생긴 건물들, 며칠만에 쑥자라 버리는 독버섯처럼 이곳저곳 삐죽삐죽 솟아있는 아파트들... 역시 모든게 빠른 도시이다.
아!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월드컵의 열기를 아직도 뿜어내는 강변의 상암 경기장, 길거리 곳곳에 걸린 태극기, 월드컵이 끝난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길을 지나는 사람들 중 반 이상이 입고 있는 빨간색 티셔츠에서 2002년 6월 서울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상상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인가? 몇 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느끼는 이 이국스러움은...
여러분도 이글의 제목에서 눈치쳈겠지만 그것은 온 도시를 뒤덮고 있는 간판이었다. 선거기간인지 아니면 막 끝난 월드컵 캠페인인지 이곳저곳 무슨 새마을 운동 구호처럼 길거리에 메어달린 프래카드, 한 건물의 외장재료가 궁금해질 정도로 건물을 '도배'해 버린 상점의 간판들, 어지럽게 정리되어있지 않은 도시 표지판, 온통 광고판을 휘감고 지나가는 버스와 택시들, 공중전화건 길가의 벽이건 덕지덕지 붙어있는 전단지와 '찌라시', 그리고 길가는 사람의 반이상의 티셔츠에 큼지막하게 세겨진 이런저런 스포츠 상표들...오랜만에 다시 만난 서울은 온통 무엇인가를 뜻하고 있는 '글자'들로 뒤덮혀 있었다. 아아~~~ 이 도시는 무엇이 그리도 할 말이 많단 말인가...
본 리뷰는 이 특이한 간판문화에서 시작하여 그 현상에 대한 분석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 그러나 글의 목적은 그것이 좋다/나쁘다를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간판문화 자체만을 다루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반대로 그 간판 뒤에 숨어있는 한 도시, 이 '젊은' 도시를 움직이게 하는 '역학'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서울을 움직이는 숨어있는 힘...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고찰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몇 가지 예에서는 유럽의 도시 원리와 다양한 비교 또한 병행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한다. 그들 것이 좋고 우리것이 뒤떨어졌다 라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들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고자 할 뿐이다. 그리고 그 차이점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또다른 영감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그 도시에 몇 십년을 살았던, 그러나 이제는 '이방인'이 되어 버린 한 사람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서울. 그 눈에는 무엇이 비쳤을까? 함께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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