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중 공격명령을 해야하는 히틀러마저도 망설이게 했다는 파리! 곧잘 몇가지 유명한 기념비로 회자되는 경향도 있지만 이 전쟁광 마저도 주눅이 들게 했던 것은, 루브르 궁도 아니고 미라보 다리도 아닌, 그 파리라는 '도시'이다.
"왜 파리인가? 무엇이 파리를 파리로 만드는가?"
이 무모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몇 천 페이지의 분량의 증명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되는 파리의 정원은 그 대답 중 상당 부분에 해당할 것만은 분명하다.
몇 페이지를 넘길 본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위해 몇 개의 용어를 간략하게 정리하자. 도시라는 측면에서 파리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두 가지 단어가 있다. 정원과 지붕이다.
정원(cour)이란 말은 공원(jardin 혹은 parc)이란 말과 구분되어야 한다. 파리에는 수많은 공원이 있다. 우리가 흔히 회자하는 루브르 박물관과 콩코드 광장사이 뛸르리 공원부터, 룩상부르그 공원, 라빌레뜨 공원, 시트로앵 공원...등 크기는 서울 강남의 반에도 해당하지 않는 파리시내에는 정말 수많은 공원이 있다. 물론 이 공원은 시민들에게 열려있으며 소유와 관리는 파리시에 속한다. 말하자면 공적공간(espace public)인 셈이다.
그런데 공원과 비교되는 개념인 정원은 그 수를 셀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 정원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고, 관리도 시에서 담당하지 않는다. 공적공간이 아니다.
여기에서 또다른 (모두에게) 열린 공간인 광장(place)과의 차이점도 상기하자. 광장은 길의 절점이며 도시 교통의 시작이자 끝점이다. 또한 집회와 간혹있는 축제의 장소이다. 광장이 정원이나 공원과 다른 점은 도시순환(circulation)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정원과 공원은 도시호흡(respiration)에 할애가 된다. 그래서 광장은 다른 광장들과 길로서 연결이되고 또 그래야만 의미가 있지만, 정원과 공원은 혼자서도 존재할 수 있다.
반면 지붕이 파리의 또다른 핵심어인 이유는, 파리의 지독한 건물 높이 제한에 기인한 것이다. 모든 건물은 붙어 있으며 높이는 6층 으로 통일되어 있으니 한 건물의 옥탑이나 지붕위에 올라서면 마치 지평선이 펼쳐진 것처럼 건물들의 지붕들이 만들어내는 또다른 도시세계가 나타나게 된다. 최근에 개봉된 영화 [물랑루즈]에서 파리 지붕들 위에서 춤추던 두 주인공이 기억나는가? 마치 한국인이 지붕밑 처마에 앉아 그러듯이, 이 지붕위 옥상에서 파리지앙은 자신들의 도시적 감성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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