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에게도 IQ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가

어떤 동물학자가 크기 90X90센티 상자에 쥐개끼 9마리를 넣었다. 몇 시간이 지나면서 끼리끼리 영역 싸움이 시작되고, 편이 갈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세개로 나뉜 서로의 집단은 어느 정도 싸움이 진정된 후 자기 집단이 차지한 영역에서 머물게 되지만, 각 영역의 경계에서는 '국지전'이 시작된다. 이 국지전은 각 조직의 대장은 뒤에서 가만이 있고 졸병들이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 중에 치즈 한조각을 상자의 중앙에 놓아보았다. 다시 한번 전면전이 시작된다. 대장이고 졸병이고 서열은 없어진다. 물론 결국 젤 힘센 놈 혼자 다 먹게 되어있지만 이 난장판은 치즈를 놓아주는 매 순간 계속된다.

이 끝나지도 않는 분쟁상태를 끝내게 해주는 방법은 현재 2가지가 발견되었다.

하나는 이 전체 상자의 크기를 30X30센티 (그러니까 면적으로는 1/4) 로 줄어주는 방법 : 이 경우 꽤 넓은 영역에서 살았던 9마리의 쥐새끼들은 1/4로 줄어버린 면적에서 처음에는 패닉상태가 된다. 각 집단의 지휘체계도, 집단간의 긴장상태도 다 뒤죽박죽이 되면서. 마치 치즈를 처음 놓아준 상태처럼 각 개인간에 전면전이 일어난다.

그러나 다시 몇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게도 쥐들에게는 일종의 평화상태가 찾아온다. 대장/졸병의 서열도 약화되고 좁은 면적속에서도 안정감을 찾는다. 서로 발톱세우고 부딪혀봐야, 공간이 너무 좁아 서로 피곤하기만 하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처음의 상자 (90X90센티) 에 9개로 간막이 (즉 개인당 30X30센티씩) 를 해주는 것이다. 서로가 눈이 마주칠 일이 없으니 독방에 지내게 된 각각의 쥐들은 평화를 맞는다.

한 달이 지난 후 동물학자는 각각의 쥐들에 대해서 지능검사를 했다. 첫번째 경우 (전체 면적을 줄인 경우) IQ가 평균적으로 상당히 향상되었고, 후자의 경우 (개인 간막이로 격리시킨 경우) 는 아쉽게도... IQ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이 문이 그냥 보통 집에 설치되어 있다면 평범한 문이 되지만, 설치되는 장소가 교도소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곳에서는 이 문 뒤에 서는 사람은 죄수이고, 반대편에 서는 사람은 간수이다.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교도소의 두 가지 타입은 거대한 중정 공간을 중심으로 각 '층'으로 구성된 타입 (예 :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던 감옥) 과, 어두컴컴한 복도 양편으로 놓여진 타입 (예 : 서대문 형무소) 으로 나뉜다.

전자는 개인생활을 좋아하던 북유럽이나 그 문화를 이어받은 미국에서 많이 적용되고 (그러니까 방 자체는 독방이다) , 후자는 집단생활을 좋아하던 일본이나 그걸 그대로 따온 한국. 그리고 몇몇 남부 유럽에서 많이 보인다. (이 경우 거의 2인 1실이다)

두 가지 경우에서 커뮤니케이션 (이 Communication이란 단어의 의미는 반드시 '입으로 말을 한다는 것'만 뜻하는 건 아니다.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 코로 냄새맞는 것. 손으로 신호하는 것...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이다.) 이 일어나는 차이를 곰곰히 살펴보라. 다른 이와 함께 살지는 못하지만 공공 생활에는 속해있다고 느껴야 견디는 한쪽 문화권과, 공공 생활에는 그리 관심없지만 혼자서는 못사는 다른 문화권이 있다.

그러나 이 두 경우를 통털어 죄수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밥을 못먹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죄수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진짜 독방행이다. 혼자 살던 죄수나, 남과 같이 살던 죄수나 독방으로 가면 바로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격리가 되는 것이다. 일단 한번 격리된 곳이 교도소지만 다시 한번 '격리'되는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독방에 들어가서 며칠지내고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 기억하는가?

인간에겐 이게 가장 무서운 형벌이다.
      

에펠탑과 샹젤리제의 거리. 아름다운 파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회자되는 도시... 파리. 이 도시의 길 중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 하고 있는 길은 다름아닌 편도 일차선밖에 되지 않는 차도와, 폭이 1미터가 채되지 않는 양편의 보도로 이루어진 좁디 좁은 길. 그런데 파리지앙들에게 이 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직접 물어보라. 한국의 넓직한 보도에 익숙한 여러분 예상과는 틀리게 좀 엉뚱한 답이 나올 것이다.

상상해 보라 ! 폭이 1미터가 되지 않는 보도에서 누군가를 마주쳤을 때 할 수있는 행동이 무엇일지… [1]그나마 친절한 한 사람이 차도쪽으로 비껴서주던지, [2]아니면 서로 옷깃을 ‘스치며' 지나가던지…

재미있게도 이 육체적 접촉을 꺼리는 파리지앙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들의 도시 일상속에 이 ‘신체적 접촉'이란 개념은 중요한 것이다. 가족끼리만이 아니라 한 도시에 같이 사는 사람들 끼리도. 가족간의 신체적 접촉(포옹, 키스등...)은 자연스레 도시인들간의 신체적 접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공통적으로 건물내 복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넓이는 90센티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파리 길들의 보도는 건물의 복도가 아닌데도 90센티인 경우가 많다.

파리 지하철을 타보라. 서울의 지하철보다는 반 이상, 부산의 지하철보다는 20 % 이상 폭이 좁은 객차내에서 그들은 서로와 '접촉'되어 있다. 출퇴근 경우 접촉이 아니라 거의 ‘밀착'되어 있는데도 그들은 이 놈의 ‘도시적 접촉'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지 않는다. 우리와는 분명 틀린 이야기이다.
     

이 두가지 타입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물론 각 방들의 절대 면적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러나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진짜 흥미로운 차이점은 이 두 아파트 (평수는 다르고 방의 갯수는 같은, 즉 가족의 수는 같은) 간에 커뮤니케이션의 빈도수가 다르다는 점이다. 좁은 집에서 북적거리는 임대아파트에서는 가족 상호간의 대화가 빈번하고, 압구정동에서는 각 방에서 각자 알아서 조용하다.

가족간의 따뜻한 대화와 웃음이 '넘치는' 따뜻한 나의 집... 당신집도 그런가

이런 현상은 아파트를 벗어난 그 동네에서도 적용이 되는데, 압구정동 아파트촌에 들어가보라. 그리고 임대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보라. 당신 눈에 보이는, 놀이터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재잘거리며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찾으러 오는 부모의 수를 한번 세어보라.
       

아... 오페라 한번씩 보신적들 있는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과는 틀리게 오페라 극장은 객석의 층이 꽤 많다. 그런데 객석의 층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관객과 무대와의 거리는 매우 가깝다 (혹은 그렇게 느껴진다). 실제로 무대위의 배우 입장에서 보면 바로 코밑에서 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관객들의 눈이 느껴진다. 즉 자신을 바라보는 눈들의 각도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오페라 극장의 무대에서 객석을 본다. 머리 꼭대기부터 바로 눈 앞까지 관객들의 눈이 다양한 각도로 느껴진다.

반면에 영화를 상영하는 일반 극장의 구조를 떠올려 보자. 객석은 층에 의해 나누어진다기 보다는 평평한 시야각도에 따라 나누어진다. 오페라 극장에 비해 무대와 객석의 각도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무대 (스크린) 와 객석의 거리는 상대적으로 멀어진다. 그리고 이 각도가 너무 작을 경우, 서울의 일부 극장들처럼 영화는 못보고 앞사람의 뒷머리만 보다 나오는 경우도 생긴다.

이 장 좀더 자세히 본다.

이 두 가지 극장은 서로 다른 목적이 있다. 전자는 사람이 직접 공연을 하기때문에 무대와 객석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물론 배우도 관객들에게 자신의 연기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지만, 객석의 관객들도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눈과 몸을 움직이고 배우가 하는 말에 귀를 귀울이며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즉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은 쌍방향이다. 이 설명은 오페라 뿐아니라 '사람'이 하는 연극에도 적용이 된다. '상호 호흡' 때문에 연극전용 극장은 클 수가 없는 것이다.

후자는 무대 (스크린) 에서 객석으로 '일방적 전달'이다. 무대는 평면이되 크면 클수록 좋고 객석에서는 앞에 앉은 사람 뒷머리에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그냥 편히 앉아서 스크린이 주는 평면적 영상정보와 THX가 주는 환상적인 스테레오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관객은 특별히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거져' 먹게된다. 그러므로 커뮤니케이션 방향은 일방향이다.

이 분류 의심이 되면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에게 가서 물어보라. 어느 공연장에서 노래할 때가 더 노래가 잘 나오는지. 전자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홀이고, 후자는 대부분 영화관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이다.
      

밤에 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개인취향 나름이겠지만 이 건물의 외형은 멋지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근데 문제는 이 건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아닌가.

몸집으로만 따져보자. 한국사람/미국사람/프랑스사람/영국사람 중에서 누가 제일 작은가? 앞으로 나온 배와 반비례해서 한국사람의 몸집이 제일 작은 건 어찌되었건 사실 아닌가. 그런데 왜 여의도의 국회의사당은 위 3국가들 보다 더 크고 넓은 지 (의원 개인당 면적 할당율)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있는가

프랑스 의회인 아상블레 나시오날의 내부. 객석의 경사도 급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단상과 객석사이의 거리가 꽤 가깝게 느껴지는 구조이고, 또한 각 객석 사이의 간격도 서로 거의 '어깨가 스치는'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의회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부. 객석의 경사도 완만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단상과 객석사이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구조이고, 또한 각 객석 사이의 간격도 서로 말을 하려면 '언성을 높혀야하는'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의사당은 오페라 (혹은 연극) 식 구성이 아니라, 영화 극장식 회의장이다. 그리고 단상과 객석간의 거리는 상대적으로 멀다. 위의 설명처럼 이런 식의 구성에서는 관객들이 단상의 행위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이런 구성에서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은 '주위를 압도하는' 거대한 스크린이다. 그러나 이곳은 몇 사람만이 단상에 나가 떠들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 '영화'가 재미있으면 모르지만 도저히 듣기도 힘들정도로 재미없으면 이 불쌍한 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뭐 의자도 크고 쿠션도 편하니 뭐하겠나.

거기다가 간막이에 격리 수용된 쥐새끼들처럼 (사실1 참조) , 좌석들의 위치는 옆에 앉아 있는 의원들과 귀속말도 힘들 정도로 멀어져 버렸으니 혼자 멍하니 재미없는 무대구경하기 오죽 지루할까. 가끔 맘먹고 출근해봐야 저 멀리 무대에서는 재미없는 영화만 틀어주고, 옆에 앉은 친구와 농담 따먹기하기도 힘든데 갈 마음이나 생기면 이상하다. 마음고쳐먹고 겨우 학교에 가봐야 저멀리 자기 자리에서 앉아 잠자고 있는 친구에 둘러쌓여, 멀리서 수학공식 떠들어대는 선생 볼 마음이 생길리가 없지 않은가. 나같아도 그렇겠다.

이래 저래 학교 갈 마음도 안생기는데, 거기다가 객석 뒤에 있는 ‘일반관람석' (주: 공식적으로는 시민들이 국회를 방청할 수 있도록 마련해 논 자리인데, 단상에서 너무 멀어서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려면 망원경 가지고 가야됨. 그러나 출입구에서 검문시에 이 망원경이 압수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의원님들 계신 객석으로 던지면 '무기'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에...) 에서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의 눈'은 극장의 구조적 결함으로 느껴지지가 않으니 앞과 뒤의 감시에서도 자유롭다.

한번 보자. 이렇게 지겹고 또 자유로운 교실에서, 공부에 취미없는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파리에 있는 프랑스 국회의사당, 의원석 뒤편의 일반 관람석을 본다. 오페라 극장의 그것을 응용한 것처럼 보이는 상당한 무게를 주는 이 공간 때문에 객석에 앉아있는 의원들은 '자신들을 보는 눈'을 느낀다. 그리고 조그만 디테일 하나! 의원석의 의자를 주의깊게 보라. 교회당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딱딱한 나무벤치이다. 토론을 하러 온 것이지 편히 쉬러 온 것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그러나!!!

우리 의원님들 욕만 하지는 말자. 그들이 불쌍하지 않은가. 아니 당신 같으면 이렇게 지겹고 자유로운 학교에 집어 넣어두고 공부 열심히 하고 토론 열심히 하라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이 들리겠겠는가? 이 불쌍한 학생들을 구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 자체를 공부(토론)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자신이 토론에 참석할 수도 있고, 또 자신이 옆 사람과 ‘접촉'할 수도 있고, 뒤에서 자기를 보는 ‘시민'들을 느낄 수도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렇게 서로를 가깝게 붙혀놓으면 더 엉망이 되지 않겠느냐고? 물론 처음에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쥐새끼들을 봐라. 그들도 협상하고 적응하는 능력은 가졌다. 그래도 설마 의원님들이 쥐보다 못할려고...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의 의지와 타인의 비판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인프라는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인프라는 크고 화려하고 삐까뻔쩍한 것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