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건축가이자 사상가이며, 현대 도시/건축 탄생에 산파의 중심역할을 한 사람이자, 아직도 수많은 추종자들을 가지고 있는 20세기의 진실한 '스타'라는 르 꼬르뷔지에.
그가 타계한지 벌써 한 세대가 넘었는데도, 미국의 타임지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 매체나, 세계 건축가 집단, 그리고 현재 건축수업 중인 학생이나, 실무자에게도 그를 최고의 스승이자, 현대건축의 문법을 만든 사람으로 인정하기에 주저함이 없어 보인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대단한 '거장'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와선 그의 건축사상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그에 대한 반발 세력도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이나 반발마저도, 그가 만들어 놓은 문법의 테두리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그만큼 아직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 아직도 많은 후배 건축가들의 의식속에 깊이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자신과 자신에 대한 오만으로 뭉쳐진 기성 건축가에게 마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많은 부분 '건드릴 수 없는' 어떤 고고한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지난 10여년을 그의 건축에 반해, 결국 그의 고장, 이곳 프랑스에서도 계속 그의 자취만 더듬고 있는 한 사람의 무모하고도 솔직한 비평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에 대해서 자존심도, 냉정한 비판의 눈도 버린, 환각상태에서 수년을 보냈던 필자의 과거 경력 때문에 과연 올바른 비평이 될까라는 기우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망령'을 떨쳐 버리려 노력하는 과정이라 믿고 싶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시도마저도 시작하려 한다.
이 연재의 첫 10여편은 한국에 있는 나의 아뜰리에 후배들과 2000년 여름, 사이버 토론을 통해 일부 소개되었던 것들이다. 대학 학부생의 수준에 맞추어 나름대로 쉽게 쓰여진 글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 보충이 되긴 했지만, 모자란 부분이나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여러분들의 따뜻하고 고마운 지적들에 의해서 더욱 더 보완이 될 것이다.
짦게 넘어갈 첫 10여편의 글 이후, 조금 더 그의 건축이나 사상에 대해서 깊이 들어가게 되면, 일부는 학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내용들이나 아직도 논란이 되는 이론들도 함께 소개될 것이다. 이런 경우, 나는 위대한 이론가들에 의해 이미 발표된 해석들 보다는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 논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아직은 모자란 것이 많고, 더 배울 것이 많은 나이이지만, 이런 무모하고 성급한 비판적 정리가 내 자신이 사고가 한 걸음 더 전진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은 사실 그 이유에서 쓰여졌다. 
2000/10/01 파리에서 임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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