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원칙의 논리 귀결의 마지막 종착역이자, 그의 감성적 결론이기도 했던 필로티는 위의 성공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모순이 현재에 자주 목격되고 있다.

‘대지를 인간에게 ! 건축은 지상으로 !' 라는 슬로건은 그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있음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으니라... 상상해 보자. 여러분은 건물이 공중으로 올라간 후, 남의 자리에 있는 지면이 무엇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는가 ? 물론 대안은 현대의 주차장으로, 차량 및 보행자의 통로로 혹은 조그마한 개인주택의 간이 정원으로 이용된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 공간 자체만으로는 인간에게 썩 좋은 장소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점은 필로티의 대표적 성공작, 5개의 주거단위(Unite d'habitation)도 마찬가지이다. 이곳은 단지 건물이 땅 위에 솟아 있다 뿐이지, 그의 설명처럼 건물로 파고든 정원으로도, 그리 기분 좋은 외부공간으로도, 실용적인 내부공간으로도 사용되지 않고 있다. 거기에다가 현대에 적용하기에 가장 큰 문제점은 그놈의 ‘돈' 문제이다. 1층을 포기할 수가 없다는 대중의 비판에, 현실적으로 반박할 좋은 대안이 없기도 하다. 르꼬르뷔지에가 그렇게 했다는 건축가의 독백말고는... 또한 공사의 난해함과 공사비용의 상승은 무엇으로 변명할 것인가.

그의 주거단위 시리즈 중, 피르미니 베르의 주거단위 필로티를 본다. 산보를 위한 정원으로도, 기능적인 주차장으로도, 대중을 위한 집회장소로도 쓰이지 않고 있다. 그 어떤 현학적인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단지 비어있는 어두운 공간이지 않은가 !

이 필로티를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그의 도시계획 이론의 시작점이었던 ‘300만을 위한 거대도시,1922' 계획과 ‘파리 부와장 계획,1925'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많은 측면에서 이 필로티가 그 도시계획의 주된 구성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이 도시계획안의 특이한 점은, 필로티를 주 구성요소로 차도나 철도, 그리고 비행장마저도.. 각 건물에 접하지 않게 지하나 지상으로 레벨조정을 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점은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네오 꼬르비지언, 앙리 시리아니 Henri. E. Ciriani가 그의 집합주택 개념에서 아직도 강조를 하고 있는 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필로티 개념을 사용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지하의 교통과 지상의 연결을 아직도 중시하고 있는 건축집단이 있단 이야기다. 그러니 이것은 과거의 사장된 이론이 아니라 아직도 변형을 계속하고 있는 진행형이다) 그러니 과거나 근대의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 간선도로라는 개념이 약해지고, 그에 기인해 각 건축물은 그 전처럼 주입면(main facade)를 가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여러분이 위 두 계획에서 볼 수 있는 주 입면이 없는 사방 요철형의 타워들은 그런 이유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300만을 위한 현대 도시 계획안, 실제로 이런 식의 계획에서는 전통적인 가로 개념은 의미가 없어진다. 가로 개념의 파괴는 떠 있는 복합 입면을 가진 건축물에 의해 더욱 가속화된다.

그는 당시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도시 계획에서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의 인간이다. 그는 도시현상의 혼란으로 학대를 받기도 하며, 만약 (건축가가) 충분히 배려를 한다면 (대중은) 안락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는 그의 이론대로, 필로티로 띄운 중정을 가진 ‘ㅁ자형' 공동주택과 블록을 달리한 전원 초지군, 상업군 등을 설치하고, 이 도시 전체를 필로티로 띄워 지하층에 교통 기능을 부여하게 된다.

그리고 물론 각 건물 간격은 채광의 이유와, 자동차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에 따라 중세,근대도시의 그것에 비해 다소 여유 있게 구성된다. 이렇게 하여 여러분이 위에서 보는 것처럼 멋진 투시도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분은, ‘주입면을 가질 필요가 없는 건물'과 ‘필로티에 의해 지상으로 올려진 건물'사이에 묘한 모순이 느껴지는가? ‘지면을 인간에게'라고 했는데 과연 그 인간은 어떤 인간인지 당시의 Le Corbusier는 간과한 것이 있다. 필자는 Le Corbusier 의 ‘인간'이란 개념은 포괄적인 몽상가적 정의였다고 단정한다. 그 인간이 도대체 누구냐는 질문이다. 더욱이 현대에 이 ‘인간'이라는 개념은 (특히 이곳 프랑스에서는) ‘개인'이라는 말과 동일시된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러하다.

다시 말하면 필로티의 주된 목적이 ‘지면을 공공 시민에게 부여하고 건축적 용도는 지상에서 해결하자'였는데, 현실적으로는...

주입면을 잃어버린 건물이 공중으로 올라 서고, 필로티로 한정된 지면은 철조망 (개인의 땅임을 공표하기 위해) 으로 둘러쳐지게 된다.

결국 그의 도시개념의 근간이었던 '지면은 모든 대중들을 위한 공공 휴식처'란 말 대신에, '사방에 온통 철조망이 처진, 그 흔한 가로마저도 못 가진 이상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었단 말이다. 근대건축의 대표적인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여기서 나타나고 만다. 그의 ‘300만을 위한 도시'가 실제로 생겨났다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집 밑에 있는 어둡고 그늘진 필로티와, 마음먹고 차로 움직여야 하는 시외의 녹지 공원밖에 산보할 곳이 없게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흔한 사람이 북적되는 카페와 상점이 가득한 정겨운 거리 하나 없이 말이다.

모두들 그가 한 이 필로티의 정의 (사실 그의 희망이였기도 했던...) 5가지를 되씹어보자.

1. 집의 청정화
2. (보차)교통의 분리
3. 건설 용지와 도시의 대지 회수
4. 의미 심장한 건축 요소
5. 이제부터 집은 앞도 뒤도 없다, 집은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