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적 입면 구성 : 대도시 도심 한 중간... 공기 오염과 도시 소음, 그리고 안전 문제 등이 뒤섞여있는 외부환경이 건축구성에 있어서 주된 '걱정거리'이거나, 혹은 극단적인 기후 (전반적으로 그 지역의 기후조건이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혹은 너무 습하거나) 로부터 건물을 방어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점이다. 외부의 공기 유입과 소리 관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막'으로써의 입면. 내부에서 외부로 만의 시선 방향을 인정하는 반사유리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반사유리 건축물이 외부 환경에 대해 얼마나 적대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는가!),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가 주 걱정거리였던 원시시대 땅속으로 들어가서 생활했던 지하 (동굴) 건축 등에서 이런 관점을 흔히 살펴볼 수 있다.

알레스카의 [이글루]에서 열대지방의 [동굴주거]까지 극단적인 기후조건 내에서 인간이 자신의 안락처를 위해 찾아낼 수 있었던 최적의 해결책은, 얼음 속으로 땅 속으로 숨는 것이라는 사실이 오늘날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뭘까? 근심스런 외부 환경 조건에서는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다른 모든 조건(공간의 안락함. 건축적 미. 주거의 개인성...)에 앞선다는 것이다. 그냥 문화도 기술도 없던 시절, 유물로나 남을 원시성의 하나일 뿐 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늘날까지 울리는 이 메아리를 분명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21세기 오늘날까지도 아직도 그곳엔 사람이 살고 있는 태양의 나라 터키에 수백년전 건설된 암반 동굴 주거.

겨울이 길고 습한 유럽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적벽돌 자체에도 단열성을 높이기 위해 단면이 벌집 모양을 닮은 형태가 널리 쓰여지고 있다. 겨울에 따뜻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따르고 있지만 입면에 중공층 (이 세상에서 공기보다 더 열전도율이 낮은 물리적 재료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을 넓혀 내부의 온기가 외부로 전도되는 것 또한 함께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남부지방이나 지중해 남부 그리이스 지역 등 열대 지중해 해양성기후에 노출된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얀 마을"이다. 여름의 태양열에서 건물 내부의 온도를 상대적으로 낮추기 위해 벽부터 지붕은 물론 바닥까지 빛의 반사도가 높은 하얀색으로 발라 두었다. 습기는 상대적으로 많지만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아 벽재료는 주로 돌과 흙으로 두껍게 쌓았다. 될 수 있으면 두껍게, 그리고 표면은 하얗게 그들은 그렇게 뜨거운 태양에서 자신과 가족을 보호했다.

밖에서 안으로 시야관입을 허락하지 않는 반사유리, 오염된 도시 공기와 빌딩사이 통로효과로 인해 증폭되는 바람의 공격을 걱정해 창문마저 고정시켜 버린 거대한 복층유리 입면,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기계가 정화하고 기계가 냉방한 '개조된' 공기만을 마시고 있다. 마치 우주선 안에서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