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고 해도, 20세기 이후 파리의 도시계획 역사는 막혀있던 중정들의 문을 도시를 향해 열기위한 노력으로 요약되어질 수 있다. 수세기 동안 '자기들끼리만' 보고 즐길 수 있었던 폐쇄적인 중정을 도시로 열기위해, 공공의 합의와 개인의 이기심이 극단적인 충돌을 하는 상황을 여러번 겪게 된다.

닫힌 성들의 집합소. 파리에 처음 공공의 손길을 가한 것은 나폴레옹 3세의 정치력을 등에 업은 오스만(Haussemann)이라는 도시계획가였다.

당시 한 신문에 실렸던 오스만의 커리커쳐. 한손에는 건물을 부수기 위해 곡괭이를, 다른 손에는 자른 건물을 보수하기 위한 흙손을 들고 있다. 당시 시민들에게 오스만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사진출처: Atlas du paris haussmannien Parigramme

건물을 재배치하고 길을 세로 낸다! 그것이 오스만식 도시계획의 요체이다. 도시에서 중요한 두 지점을 자로 그어, 선 안에 걸리는 건물은 '피도 눈물도 없이' 마치 두부를 잘라 버리듯 잘라 버렸다. 이 기간동안 평범한 주거건물 뿐 아니라 성당이나 관공서등 주요건물들도 상당부분, '칼질'을 당해야 했다. 결국 독재의 힘 덕분에 파리는 근대적인 도시로서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었다. 사진은 오스만 계획으로 태어난 대로중 하나인, 파리중심지 1구와 4구를 나누는 Sebastopol 대로이다. 오른쪽 파란 건물이 퐁피두 센터이다. 사진출처: Atlas du paris haussmannien Parigramme

그러나 이 오스만식 도시계획에서도 중정식 정원의 폐쇄성은 개선되지 않는다. 차라리 뒤의 중정은 가만히 있는데 도로쪽은 사람과 차의 교통이 더욱 빈번해지니 (교통이 원할해 지므로) , 중정은 더욱더 건물뒤로 숨어 버리게 된다. 도로쪽 건물의 입면이 거대한 성벽같은 역할을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오스만식' 도로쪽을 본다. 자를 대로 그어 버리니 입면이 이런식이 되어 버렸다. 물론 중정은 이 입면의 성벽 뒤쪽 (사진의 왼쪽, 오른쪽) 에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의 정원을 길가는 사람에게 개방하기에는 파리의 이기심은 너무나 고고하다. 내 정원을 왜 남에게 개방하느냔 말이다.

기능적으로는 우수하나, 시각적으로 혹은 도시행위의 다양성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의 도시라는 개념에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이 오스만식 파리의 대안은 정원쪽이 아니라, 도로쪽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지금보면 도대체 무엇이 특별한지도 모를 바로 이 건물이 오스만식 기능적 도시에 반기를 든 대표작품으로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지금까지의 맥락을 이해해야만 비로소 설명이 되어진다.

이1904년 건설된 오구스트 페레(August Perret)의 공동주택. 도대체 뭐가 특별하냐는 궁금증이 들 것이다. 이 건물의 좌우건물의 입면과 함께 비교하면서 보라. 성벽같은 이웃건물에 비해 이 건물이 가진 요철은 그 자체로 도로쪽에 개방감과 활력을 준다. 그리고 이 요철면에는 거주민들의 발코니가 '도로쪽으로!' 향하고 있다. 건축가는 파리의 전통에 대담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도로쪽과는 등을 돌린체 자신의 정원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제 몸을 돌려 서로를 바라보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Paris cote cour. Pierre Gangnet. Picard

이 거대한 '성'의 문을 열기위해 몇 백년이 걸렸다. 위의 항공사진을 보고 있으면 설계된 건물의 배치가 마치 성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이 될 것이다.(위 사진) 처음에는 굳은 나무문으로 막혀있었을 이 문은 결국 건물의 구조상 어쩔 수 없었는지 원래 있었을 거대한 '성문'을 떼어내는 것으로 만족했다.(아래사진) 그 전에는 자기들끼리 문을 닫고 즐겼던 중정을 행인에게 보여주기가 이렇게도 어려웠던 것이다. 이 건물은 진짜 성이 아니라, 공동 주택으로 설계된 곳이었다.

이런 예는 파리에 수도 없이 있다. 건물을 길가쪽으로 열어 버리기에는 건물의 초기설계가 폐쇄적으로 되어 버렸기 때문에 문만 때어내 버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오해하지는 마라. 문을 때어내 버렸고, 자기 건물의 정원을 지나가는 행인이 볼 수 있다고 해도 (왼쪽 아래 조그만 사진이 저 철문뒤에 보이는 정원이다.) , 그 행인이 자유롭게 중정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저 철문에는 이 건물에 사는 사람만 알고 있는, 문을 열기위한 코드 장치가 설치되어있다. '눈의 침범'은 허락하되 아직 '발의 침범'은 아직 허락되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