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우리시대를 사는 건축인이면 누구나가 생각해봤을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사람은 없듯이, 그의 사고가 지금에 와선 저평가 받거나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어떤 것이 아직도 인정 받고 있고, 어떤 점이 비판 받고 있는지를 이 짧은 글에 요약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요약하자면 :

전자는 이 시대 건축문화의 '문법'을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후자는 그 속에 내부적인 모순이 숨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현실로 들어 난다는 점....정도로 요약이 가능하다. 우리가 지금 비판의 칼날의 세우고 있는, 한국 근대건축의 양적인 양산과, 서구 모더니즘의 형태적인 모방, 무분별한 평면적 도시계획 또한 그의 교훈을 곡해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사실 그의 건축관은 이곳 프랑스뿐 아니라, 우리가 지금 현대 거장이라고 일컫는 수많은 서구 및 동양계 건축가들의 사상적, 정신적인 시작점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고 한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미국식 백색건축의 거장, 리차드 마이어 Richard Mier의 건축을 좋아하는 학생이 많을 것이다. 이 사람은 Le Corbusier 의 기본 이론에 최근의 산업 재료를 응용해 나름대로 훌륭한 자신의 언어를 완성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너무나 과장일까?

램 쿨하스가 요즘, 세계 건축계의 이슈를 만드는 건축가라고 한다. Le Corbusier의 형태이론을 정제하여 단순한 언어를 구사하고, 젊은 시절 Le Corbusier 의 근대 도시관을 비판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온 - 그려면서 자신의 도시관을 발전시킨- 이 사람을 현재 세계의 해드 아키텍트라고 한다.

동양의 현대건축은 아니라고? 가까운 일본의 거장 갠죠 당께는 Le Corbusier로부터 ‘동양에서 온 수제자'란 칭호를 받고 귀국한 후, 일본 근대건축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타다오는 아직도 '내어놓고' Le Corbusier 의 디테일과 공간을 차용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그의 건축영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존재하는지 나는 정말 알지 못한다. 긍정적인 위치이건 비판적인 입장이건 어찌되었거다 다들 그 라인에 있으니 말이다.

상황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보면, 그런 환경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가 남는다. 그의 건축을 소화해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던지, 아니면 아예 모르는 상황으로 지낼 수 있으면 그러던지... 아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아닌 상태가 건축가에게는 가장 위험한 상태가 아닐까? 지금까지 우리가 비판해대는 우리의 선배들이 만들어 논 우리의 저 알맹이는 텅 빈 황량한 도시를 보면 이 말은 더욱 확실해 질 것이다. 피상적인 이해의 위험성 말이다.

그러면 그는 지금 우리에게 도대체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 주택의 4형식, 현대건축의 5원칙, 도미노 구조, 모듈러 이론, 300만의 위한 도시계획 이론.... 그를 유명하게 한 이론은 수도 없이 많다. 아마도 지금까지 근/현대건축가 중에, 그처럼 많은 이론과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그가 살던 시대를 정확히 보는 ‘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시대가 격변하는 시대에 살았던 그는, 그의 시대가 원하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정확히 진단했다고 할까. 바로 그것이다. 그의 눈 !....

그의 건축이론이 비판 받고, 수정되고 있는 현대에 50여년 전에 계획된 그의 작품을 지금의 상식으로 판단하려는 것은 (실망과 부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오류이다. 시간이 흘렀으니 어쩔 수 없이 고물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시대와 더불어 그의 건축을 판단해보면 이야기가 틀려진다. 배울 것도 많아지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베낄 것'이 아니라, ‘배울 것'이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이제 막 르 꼬르뷔지에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더욱더 다시 한번 환기하라. 지금의 눈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에서 그의 건축을 이해하려 노력하라! 그러면 지금 시대에 배워야 하고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 점차로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니 안 보이더라도 무분별한 우리의 일부 선배들이 자행한 형태적이고 무분별한 모방보다는 적어도 몇 배는 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있다.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세상과 건축을 올바른 머리로 바라볼 줄 아는 눈, 쉽지않은 길이지만 꼭 필요한 길이라는 것을 그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