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Le Corbusier 의 건축적 배경을 그가 자란 스위스의 아름답지만 척박한 자연과, 콘크리트라는 신재료와 새로운 도시관에 거대한 영향을 끼친 파리의 오구스트 페레(August Perret)와의 건축수업, 근대 건축의 새로운 개념에 영감을 준 비엔나의 아돌프루스(Adolf Loos)와의 교류에서 찾곤 한다. 그리고 동시대를 함께 살다간 몬드리안의 데스틸 운동과 입체파와 피카소까지 인정하는 경향도 있다. 물론 이런 의견에 나도 공감하고 있다. 서로 얽히고 얽혀서 영향을 주고 받았으리라.

그러나 가장 눈여겨 볼 측면은, 그도 인정하고 저서에서 언급했듯, 젊은 시절 그의 건축답사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는 아랍의 고건축이란 설이 내게는 가장 설득력이 있다. 사막이나 스탭 기후의 척박한 자연 속에서 재료 선택의 한계를 다양한 공간 구성과, 디테일의 치밀함과 그리고, 척박한 외부 자연 조건 때문에 '건축물 내'에 조경을 도입하여 두 가지를 조화롭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의 방법론이 Le Corbusier의 건축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가장 큰 아랍 건축의 영향을 예를 들면, 이른바 그가 말하는 건축적 산보 (promenade achitectural)이란 것인데 사용자가 건물 내/외를 걸어 다니며 건축을 감상하게 하는 수법이다. 이 점은 과거 서양건축에서는 즐겨 사용되지 않던 수법이다. 향후 연재에 자세히 설명될 것이다.

이또한 르꼬르뷔지에의 영향일까? 필자 개인적으로도 점점 과거 아랍건축의 공간적 신비함과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영리함에 점차 매료되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가 머리속에 쉽게 떠올리는 그의 트래이드마크(Trade mark) 배수홈통- 롱샹교회의 옥상에 메어달린- 이나 개구부 디테일, 그림자를 만드는 용도의 입면 오브제 등은, 이 두 건축 형식을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똑같은데 놀라게 된다. 그도 이런 식으로 똑같이 '배꼈구나' 하는 놀라움과 함께...

또 시대적인 배경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2차 세계대전으로 쑥대밭이 된 파리와 프랑스는 재건을 위하여 그 동안의 건축 구축방식과는 뭔가 다른 형식을 원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 동안의 방법으로는 파리의 재건에 너무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것이었다.

세계 대전 중, 건축 활동을 중지하고 파리 세빌가 35번지의 아뜰리에에서 자신의 건축이론의 시작점이 될, 모듈러(Modular) 이론을 손 보고 있던 그로서는 시대를 만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미노Domino이론, 최소 주거단위, 시트로앵 주택(maison citrohan), 보크르송(vaucresson)주택, 패삭(pessac) 주거단지 등등.. 이 모든 것이 싼 가격과 짧은 공기에 지어질 수 있다는 당시 시대상으로서는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이런 효과적인 제안이 차차 받아들여지고 실현되어 가면서, 이 과정 중에 그는 파리의 시테섬 북부, 파리 중심지를 현대적인 산업도시로 변화시킬 파리 부와장 계획(Plan voisin)까지 발표하게 되고 (결국 이 계획은 많은 논란 끝에 계획으로 끝났다. 그의 계획도 너무나 이상적이고 과도한 면이 있었고, 또 파리도 아직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1920년대 말에 그의 초기 명작, 빌라 사보아Villa Savoye가 발표된다.

이 주택은 결국 그 동안 그가 진행해 왔던, 자신의 건축적인 가정들이 종합되는 의미가 있었고, 이 주택으로부터 개념적인 주거 스케일의 작업이 일단락되고, 박물관이나 다른 중/대형 건축물로 넘어가는 시작점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이 주택에서 그의 중요한 건축적 실험은 거의 마무리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당시 그의 나이 43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