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유로운 평면
2. 자유로운 입면
3. 수평창
4. 옥상정원
5. 필로티

혹시 여러분은 이 5가지가 한 맥락이란 것을 이해하는가 ? 이걸 이해한다면, 이야기는 빨라진다. 이 5원칙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연재에 상세한 부분에서 다뤄지겠지만, 지금 가장 논란이 많이 되고 수정이 되는 부분이 옥상정원 부분이다. 물론 필로티도 마찬가지이고...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부연 설명도 다음 연재로 넘긴다.

나머지는 도미노 구조이론에 충실한 연역적인 결과인데, 이 원칙이 지금 우리가 자라오고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건축물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구조체계이다. 1. 구조체를 담당하는 기둥
2. 그 기둥에 의해 떠 받혀져 있는 바닥판
3. 그리고 구조의 짐을 덜어내고 자유로워진 벽
4. 여기에 외벽마저도 내벽처럼 자유로우니 가로로 긴 창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뭐 특별하냐고 ? 물론 특별하다. 몇 천년이 넘는 서양 건축의 사고방식을 바꾼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를 소개하는 수많은 단행본 중 위의 그림이 제일 첫 장에 실리지 않은 책은 없다. 그만큼 그의 건축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그의 발명품인 도미노 구조.

그 이전의 서양건축의 기본 건축방식은 '조적식' 이었다. 조적식이란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초부터 꼭대기까지 ‘쌓아' 올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높이 올라가기 위해선 기초가 튼튼하고, 1층 벽은 두꺼워야 하고, 그리고 무거운 천장 바닥 (혹은 지붕) 을 지지해야 하기 위해서 내벽 또한 구조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벽을 내력벽이라고 한다). 내벽자체가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니 벽이 놓일수있는 곳 또한 한정되어 있었다.

아직도 순수하게 벽돌로 짓는 저층 건물은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그러나 사실, 국내의 소규모 주택 업자가 건설하고 분양하는 주택들은 이 방식과 RC구조의 혼합형이라, 이젠 국내에도 순수한 조적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아직 국내에선 Le Corbusier가 제창한 대로 순수한 RC 구조로 지어지는 건물은 없다.

한국에서 완전한 가로 띠창 건물을 본 기억이 있는가? 이것은 공사비 절감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인데, 외벽을 기둥에서 분리해 완전한 수평 창의 입면을 얻는 것보단, 외측 기둥에 걸린 보 위에 벽돌을 쌓아 올려서 마감하는 편이 공사비 측면에선 훨씬 이익이다. 이 경제적 이유를 무시할 순 없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런 천편일률적인 방식 때문에 희생된 것이 너무 많다고 해야 한다.

자유로운 입면이란 입면 자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공간과 건축물 외부사이의 다양한 관계설정을 말하는 것인데 그것을 포기하고 싸고 효과적으로 짖기만 했던 양적 발전 시대의 한계라고 할까. 수많은 가능성을 포기하고, 당장의 공사비 절감만을 생각했단 말이다. 이것이 공사비 절감이 곧 자신의 이익인 시공자들에겐 당연한 이야기지만, 설계하는 사람들조차 약간의 도면 상의 복잡함을 피해가기 위해, 쉬운 길만을 선택했단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가 너무 엉뚱한 곳으로 빠졌지만, 그만큼 아직도 한국건축에 아쉬운 것이 많단 이야기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러나 평면적인 이론 이야기만 하는 것보단 이런 실질적인 예가 여러분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결국 그는 빌라 사보아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이론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증명한다. 갓 태어난 이론의 실현이라 그 이후 그를 모방한 어떤 건물보다도 가장 순수하고 충실한 도미노 구조가 실현되었다.

그의 건축 이론이 가장 명쾌하게 적용된 빌라 사보아, 백색의 오브제와 푸른 하늘이 만나면 독특한 서정성까지 느껴지지만, 중요한 것은 이 주택이 후에 수많은 건축가들의 의식을 자극하게 되는 거대한 폭풍의 눈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는가? 나는 망설임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 이론을 통하여 그는 이전 어떤 건물도 실현하지 못했던, 공간 상하층부의 유기적 구성까지 이루게 된다. 거기다 바닥의 일종인, 계단과 램프까지 공간구성에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 이건 거의 '혁명'수준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