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파리는 19세기말 오스만의 도시계획 이후 점점더 길은 극단적 기능화가 되고 건물들은 길과는 적대적으로 내부편향적으로 변해가고 있었음을 르꼬르뷔지에가 비로소 쟁점화했던 것이다. 물론 개념을 처음 소개한후 1000년의 전통을 지켜온 파리의 반발은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점은 르꼬르뷔지에가 파리등 대도시 중심지에는 별다른 작품을 남기지 못한 사실에서 당시의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

"건물을 들어올려 대지를 획득한다!"라는 명제속에는 단지 건물과 그 건물의 사용자에게 대지를 공급한다라는 단순한 사실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을 들어 올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내부에 숨겨진 중정을 외부로 노출시킨다는 반항적(?) 슬로건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며, 또한 서구도시구성법이 파생하는 필연적인 문제점인 1층공간 처리에 대한 파괴력있는 제안 또한 제시하고 있다.

르꼬르뷔지에의 파리 [부와장 계획] 모형을 본다. 왼쪽 아래가 루부르 궁이고 오른쪽이 시떼섬이다. 꼬르뷔지에의 계산에 의하면 타워가 설치되는 한 블록과, 그 전에 있었던 같은 면적의 전통적인 블록간에 면적당 인구수는 거의 동일하다. 좁은 거리를 포기하고, 자그마한 자기만의 중정을 포기하고, 오밀조밀한 건물이 만들어내는 고만고만한 수평선을 포기하면 넓은 공공 공원위에 모든 거주자가 최대한의 일조권을 누릴 수 있는 현대적인 도시에서 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각각의 도시들은 필로티에 의해 떠있으며 비로소 대지는 블록의 구분없이 공공에게 일괄적으로 부여된다. 사진출처: Le Corbusier. Kenneth Frampton. Hazan

1934년, 파리 13구에 계획되었던 [Bration Kellermann Project]의 투시도를 본다. 중정을 가지게 되는 전통적인 블록은 완전히 해체되어 대지는 공공(public)을 향해 개방되어 공원의 형식으로 열리게 되고, 건물은 그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주거,상업,교육,여가...) 르꼬르뷔지에식 '도시형 건물'로 계획되었다. 필로티 시스템에 의하여 주거는 공중으로 떠서 프라이버시를 획득하며 대지는 모두에게 열린, 이름그대로 공공의 땅으로 탈바꿈한다. 사진출처: Le Corbusier. Kenneth Frampton. Hazan

선언자적인 성격이 강했던 전원속에 지어진 주거단위(Unité d'habitation)의 필로티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이후 르꼬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아 파리 시내에 지어진 수많은 공동주택의 필로티를 보면 자폐적인 정원이 필로티 시스템덕에 길로 개방되어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르꼬르뷔지에의 이상 만큼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도시가 서로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필로티라는 개념은 반드시 옥상정원의 존재이유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면에서 모두에게 '친절하고' 싶었던 이상주의적 성향을 지녔던 그였지만 이상주의적 도시에 살게될 사람들 역시 블록도시의 중정에서처럼, 자신만의 정원과 야외공간을 소유하고 싶어했음을 왜 몰랐을까? 지면은 건물 사용자의 소유가 아닌 일반 공공에게 주어진다면 남는 야외공간은 어디일까? 평지붕의 도미노 이론에 의하면 옥상만큼 넓고 개인적인 - 이역시 남의 시선에서 해방된 - 잉여공간이 또 있을까? 이곳에 비록 콘크리트 바닥이지만 그래도 햇빛과 바람과 그리고 멀리 향유할 수 있는 시야가 있지 않은가 !

콘크리트 바닥과 회색의 오브제이지만 어찌되었건 이곳이 과거의 중정의 기능을 대신하는 (옥상)정원이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하부의 대지와는 달리 이 옥상정원은 이 건물에 사는 거주인에게만 할애된 프라이버시가 강한 공간이다. 하늘로 열려있고 항상 따뜻한 태양의 해택을 받는 과거의 좁고 답답한 중정과는 어찌되었건 발전된 (이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형태로 보인다.

간막이된 땅은 개방해 소유의 구분에서 해방시켜 모든 지면을 공공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키고, 개인적인 야외공간에 대한 욕구는 옥상에서 해결한다는 그의 필로티 시스템과 옥상정원은 그 생각의 파괴력 (기존도시의 구성원리자체를 뒤흔드는) 때문에 당대에는 반발에 부딪히다가 그가 죽고나서 비로소 납득한 파리에 의해 받아들여지기 시작한다. 파리에서는 60년대에서 80년대 초반에 특히 공동주거에서 많이 적용된 필로티는 막혀있던 도시를 서로 열리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