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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도시이야기 [파리의 정원] 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파리와 전통적인 유럽의 도시들은 건물군 후면의 폐쇄된 정원과, 전면의 거리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건물군을 따라 생기는 거리는 그 구성상 상업적인 행위 등 필연적으로 선형적 행위(linear activity)를 동반한다. 그림으로 보는 편이 더 쉬울 것 같다.
위의 그림이 잘 이해되지 않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리의 경우부터 먼저 보자. 약간 과장하긴 했지만 한국적 도시 구성은 이런식이다.
그러나 논리적(?)이라는 서구 유럽의 전통적 도시 구성은 기본개념이 좀 틀리다
그런데, 만약 지정적 위치가 좋지 않거나 행인의 통행이 활발하지 않아 1층에 상점이나 공공시설이 입주하지 않으려 하는 상황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어쩔 수 없이 주거를 설치하는 경우는 있으나 그런 경우 집주인은 세입자가 내고싶은 월세를 낼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누군들 길거리의 행인의 시선과 소음에 엉메어 살고 싶을까?
대강 독자여러분도 눈치쳈겠지만, 서구전통에서 특히 건물의 1층은 상업시설 혹은 공공시설의 의미로 통한다. 시골의 벌판위에 혼자 서있는 전원주택이 아닌 이상, 도심지내의 1층은 이들의 도시적 배치의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주거공간으로써는 모두가 회피하고 싶은 곳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드디어 여기서 필로티에 관한한 재미있는 가정이 가능해진다.
르꼬르뷔지에가 충분히 했을 법한 생각 아닌가? 이 과감한(!) 가정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르꼬르뷔지에의 필로티 시스템이 유난히 '주거건물(공동주택, 개인주택, 기숙사)에 편중되어 적용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동안 표면에 떠오르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왜 사무시설이나 문화시설에서는 필로티를 쓰지 않았을까? 대답은 간단하지 않은가.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시설이나 사무시설이라면 누구라도 1층에서 일하는 것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집이 아니라면' 사무실이나 상점에서는 남이 나를 본다고 해서 사적인 집처럼 방해받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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